2012. 9. 22. 16:30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 보았던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프로디테와 황금사과에 대한 이야기. 테티스의 결혼식날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만이 초대받지 못했다. 신들의 잔치에서 소외받은 에리느는 화가나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를 새긴 황금사과를 결혼식에 놓고 간다. 그 황금사과를 발견한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는 서로가 그 황금사과의 주인이라고 싸우기 시작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결정권을 파리스가 가지게 되었고 세 여신은 파리스에게 자신을 뽑으면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헤라는 왕국을 다스릴 권력을, 아테나는 전쟁에서 이기는 장군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고,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주겠다고 하였다.

 

 파리스는 결국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택했고, 아름다운 헬레나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헬레나는 이미 스파르타 왕의 부인이었기에 둘은 트로이로 도망을 갔고, 결국엔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되었다. 불화의 여신이 던진 황금사과가 전쟁을 낳은 것이다.

 

 이 이야기와 위의 루벤스의 그림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신화가 만들어진 아주 멋 옛날부터 여자에게 더 요구되는 것이었고, 미인대회에서 수영복 심사를 하는 것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보며, 예전에도 남자에 의해 여자의 아름다움이 판단되었다는 것. 세 여신 모두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황금사과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주어지는 단 하나뿐이었다는 것. 파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을 준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는 것.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결국 사랑과 미의 여신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결국엔 전쟁이라는 불화로 이어졌다는 것.

 

 아름다움이 무엇이길래. 아름다움을 생각했을 때, 왜 가장 먼저 아름다운 여자가 떠오른것인지. 외면의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는 바람직한 말을 하고 싶은데, 그것이 맞다는 주장들을 찾고 싶었는데, 내가 접한 자료들은 '인간이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균형잡힌 얼굴, S라인 몸매, 깨끗한 피부의 여성을, 키크고 근육이 있는 남성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보았을 때 당연한 것이다. 아름다움은 권력이고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준다. 왜냐면 아름답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자료 출처: Youtube_슈퍼스타T화보_미란다커 영상>

 

 그러던 중 미란다커의 영상을 보았다. 이 세상에 못난 여자는 없으며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을 가꾸어나가라는 말. 그래, 나도 늘 각자 다르게 가지고 있는 개성에 맞게 자기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말했듯이 장미가 해바라기가 될 수는 없다. 해바라기가 장미가 될 수도 없다. 모든 여자는 꽃이다. 하지만 할미 꽃, 호박 꽃이 장미가 될 수는 없다. 모든 꽃은 아름답다. 그런데 세상은 황금사과를 하나만 던져주어 특정 기준을 만족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의 아름다움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장미가 되지 못한 꽃들이 장미가 되려고 무리한 다이어트, 성형수술을 하며 애쓰고 있는 건 아닐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자료 출처: Susan Boyle_Youtube영상>

 

 수잔 보일이라는 여성을 아는가? 우리나라의 슈스케와 같은 영국의 한 방송에 나와서 스타가 된 여성. 예전에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처음 무대에 등장했을 때, 심사위원 및 방청객들은 그녀를 비웃었다. 작은 키, 뚱뚱하고 나이도 많고 다소 초라한 행색의 그녀였기에.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도 전에 그녀에 대한 부정적 판단을 내렸다. 물론, 부끄럽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 살인가요? 라고 물은 남자 심사위원은 그녀가 47살이요. 라고 대답하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12살부터 가수가 되고 싶어서 연습해왔다는 그녀. 하지만 왜 47살을 먹도록 가수가 되지 못했냐는 질문에. 그녀는 기회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랬겠지. 그때까지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외모만을 보고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지 않았겠지...그녀가 유명 가수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니 심사위원은 물론 관중들까지 얼굴을 찡그리며 "너가?"하는 반응을 보이며 비웃었다.

 

 그런데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반응은 완전히 바뀌었다. 굳은 표정이었던 남자 심사위원은 두손을 얼굴에 모으고 헤벌쭉 웃으며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었고 그녀와는 다르게 예쁜 여자 심사위원도 무척 놀란 모습이었다. 그들은 그녀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그녀를 비웃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아름답기 때문에 그녀에게 감탄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35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지금 이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눈에 아름답다는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그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까?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데버러 L. 로우드>라는 책은 아름다움은 과학적으로 우리가 그렇게 느끼도록 되어있다, 아름다움은 권력이다..등의 주장을 하는 다른 책들과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그래, 한낱 가죽 한 꺼풀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훨씬 더 두텁다. 외모라는 것의 금전적, 육체적, 심리적 대가는 우리에게 좀 더 지대한 관심을 쏟고 일사불란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이 세상 모든 불의를 다 제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지만, 틀림없이 조금 더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는 외모를 단순히 심미적인 이슈로만 취급할 게 아니라 법적-정치적 이슈로도 취급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中

 

 법학 교수인 저자답게, 아름다움으로 생기는 편견에 의해 차별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법적인 장치가 있더라도 예쁜것에 눈길이 더 가고 아름다운 사람이 "왠지" 모든 면에서 긍정적일 것 같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겠지만 그런 사회적 장치는 필요한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우리는 빛나는 황금사과가 탐난다. 더 예뻐지고 싶고,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고 예쁜 옷을 입고 싶고 예쁜 물건들을 갖고 싶다.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에. 내가 가진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눈 앞에서 반짝이는 황금사과를 손에 쥐고 싶어한다. 하지만, 황금사과는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것이었다는 점이 "아름다움"이라는 주제가 참 어렵고도 어려운 주제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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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acchaeus 2012.09.22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황금사과 얘기를 이런 관점에서 보니까 색다르네요ㅋㅋ
    저희 학교에서 어떤 교수님이 '아름다운 것이 선한것이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어떤 면에서는 그것과 대치하는 글인것도 같네요ㅋㅋ

  2. 소나기갤때까지 2012.09.23 0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스 로마 신화서부터 전개하니까 아름다움에 대해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ㅋㅋ

  3. 오이 2012.09.23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런거같애요 저부터가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저만의 기준을 세우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네요ㅜㅜ 미인=아름다움 이런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 부터가 어쩌면 잘못된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 이 들어요^^

2012. 9. 15. 11:00

Man box, 유리 큐브에 갇힌 남자들

 


<자료 출처: TED:A call to men, 남자들에게 고함>

 

 남자들이여 위의 말들이 남자다움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가? 남자는 울면 안된다, 화를 제외한 감정을 표현하면 안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여자보다 강하고 유능해야 한다, '계집애'처럼 행동하면 안된다, 남자답게 행동해라 등등...이런 말들은 이 땅의 남자들이 끊임없이 듣고 자란 말들이 아닐까. 하도 들어서 이 말들이 당연한 것처럼, 남자라면 반드시 그래야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고 남자의 정체성이라고 생각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한국남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남자들에게 고함>이라는 강연을 한 Tony porter는 남자들이 Man box에 갇혀 있다는 표현을 한다.

 

 

 

 

  이 Man box는 사회로부터 학습된 '남자다움', '남자로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들은 이 Man box에 갇혀있으며 이 상자에서 벗어나는 데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남인숙>에서도 남자들은 사방이 막힌 좁은 유리큐브안에 있다는 표현을 하는데 Man box와 유리 큐브는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상자는 남자들을 가두어두는 몹쓸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남자를 마지막까지 지켜주는 갑옷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남자니까 웃는거야"라는 남자니까 울고싶어도 웃는다는 노래가 있다는 것도 우리가 얼마나 "남자는 이래야 한다"하는 것을 주입시켜왔는지 나타내주는 것 같다.

 

 나도 이런 말들을 들으며 자라서 그런건지 Man box의 "남자라면-해야 한다." 라는 생각들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여자인 나도 그런데 남자들은 오죽할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주입해온 남자다움에 갇혀있는, 한편으로는 그것을 자신의 갑옷으로 생각한다는 남자들은 괜찮은지.. 남자분들 안녕..하신가요?

 

그 남자_ 아빠, 아버지, 당신을 이해합니다.

 

<자료 출처: EBS다큐프라임 남자1부_남자의 마음>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난 그 남자, 우리 아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아빠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큐프라임 '남자'를 보면서 아빠를,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아빠와 연령대가 비슷한 이 분이 나올 때 우리 아빠도 이분과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에 가슴 한켠이 짠해지기도 했다. 전쟁터 앞에서 선봉대로 살아왔다고 말하시던..본인의 아버지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이시던 분. 선봉대로 살아오다가 50대가 된 지금, 자신이 전화해도 아들이 받지 않을꺼라며 허전함,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하시던 이 분. 이 분을 보면서 나는 나의 아빠를, 나의 아버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자료 출처: EBS다큐프라임 남자1부_남자의 마음>

 

  한국 남자들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크고, 사회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가정에서는 자상한 아빠가 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들은 일하는 시간은 많고, 그들만의 자기 공간은 갖고 있지 않아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하지만 강한 남자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받아왔고, 감정표현을 억압해왔기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고 자신이 슬픈건지 외로운 건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화로 표현한다. 그래서 남자들이 여자보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낮고, 암발생율은 높고 수명은 짧은 것이 아닐까.

 

 나의 아버지도 우리에게 표현하지는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외로워하고 아파하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자상하지만 워낙 엄하셔서 무서웠던 우리 아빠. 이제는 나이가 드신다는게 눈에 보여서 가슴아픈데도, "아빠 있잖아" 라고 말하시는 우리 아빠. '저는 이제 아버지 당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는데..아빠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외로움이나 슬픔등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부정적 감정표현 중 '화'만 허용하는 것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거나 심장질환, 혹은 암 등 건강에 해롭다. 건강을 위해서, 소통을 위해서 남자들도 감정 표현을 해야 한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이 남자 자신의 감정을 만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고 표현해야 한다. man box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는 남자들이 감정표현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는 하겠지만, 술 한잔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놀 수 있는 친구에게, 가족에게 먼저 시도해보면 어떨까.

 

 기분이 안좋아보였는데 어젯 밤에 의형제라고 부르는 아빠 친구분과 술 한잔 거나하게 드시고 돌아오셔서 기분이 풀린듯한 아빠를 보며 느꼈다. 감정표현을 억압당했고, 그래서 자기 감정 표현에 서툰 남자들은 속상할 때 술에 기대지만,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신다면 술은 Man box에서 벗어난다는 두려움을 없애줄 약일테니 말이다. 가정에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술이 아니라 가족들, 우리들이 도움을 주어야하겠지.

 

그 남자_ 나와 함께 할 때 진짜 남자라고 느낄 그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내가 진짜 남자가 된 기분이 들어", 승리자로서의 우월한 면모를 북돋워주는 것. 그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않는 여자의 사랑한다는 말을 믿지 못한다.

 

 심리학에서는 남자들이 여자 파트너를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로 본다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여자가 나 힘들어하고 말하면, 남자는 너는 자기 여자를 힘들게 하는 못난이야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불행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너는 자기 여자 하나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무능한 놈이야하는 뜻으로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 때문에 여자가 고통스러워할수록 남성 정체성에 상처를 받는다. 남자는 정신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여자에게 잘못을 돌린다. 그러면 상처받은 여자는 더욱 남자에게 상처 될 만한 반응을 하는 상처의 악순환인 것이다.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남인숙 中>

 

 

 이 책을 읽을 때, 위의 구절들이 인상깊었다. 남자들은 자기 여자를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본다고, 그래서 여자가 힘들어하면 자기가 못나서 여자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나와 함께할 때 진짜 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도록, 남자다운 남자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여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해하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지으며 당신 멋지다고 해주고 싶다. 그가 스스로 멋진 남자라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어딘가에 있을 그도 Man box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 20년이 넘도록 그 유리큐브에 갇혀 있었을테니 그것이 남자다운 것이고 그 상자에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유리큐브를 깨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일부인 유리를 반들반들하게 닦아주고 내가 가진 열쇠로 자주 문을 열어주어 그가 질식하지 않도록 해주는 일 뿐이라고 한다.

나는 남자를 잘 모른다. 30대 후반인 남인숙 작가님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겠지. 내가 남자를 잘 몰라서 드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평생을 유리큐브를, Man box를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살아 온 남자들이야 여자인 내가 이해해주면 되겠지만 내 아들은? 나는 10년 쯤 뒤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살고 싶은데 내 아들을 저 유리큐브에 가두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남자들이 소년이었을 때, 눈물을 보이면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을 것이고 감정을 절제하고, 강한 남자로 성장하도록 가정에서, 사회에서 세뇌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내 아들에게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오랜 시간 그렇게 해왔다고 해서, 절대 깰 수 없는 두꺼운 유리라고, 그들의 일부인 갑옷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 남자_ 10년 뒤 나와 함께 할 내 아들

<자료 출처: EBS다큐프라임 남자3부_소년에서 남자로>

 

  Man box의 -해야한다.가 진정한 남자다움을 표현하는걸까? 진정한 남자다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남자다운 것이 어떤걸까? <남자의 자격>에 나오는 것들을 해내는 것이 남자다운 것일까. 그래야 남자의 자격을 갖추는 것일까?

 

 Tony porter가 남자들에게 고했듯이, 느낌과 감정을 가져도 괜찮다고, 표현해도 괜찮다고, 남녀 평등을 권장해도 괜찮다고. 언젠가 와 함께 내가 쓴 이 글을 읽으며 이야기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그렇다.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 속에 내 아이를 가두지 않으려면 소년을 위한 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소년에서 멋진 남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큐프라임 남자3부에서는 소년들을 행복한 남자로 키우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 사례들이 나온다. 호주의 고등학교에서는 14-15세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남자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 가르치고 의지와 근성을 기를 수 있는 여행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남성성 프로그램에서는 진정한 남자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그런 프로그램을 거친 남학생들은 반항하고 거칠게 구는 것이 남자다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남자로 성장했다.

 

 

  우리에게도 소년들을 남자로 길러주는 이런 학교 프로젝트가 있으면 좋겠다. 감정표현불능 상태에 있는 남학생들이 자기통제를 잘 못하고 폭력과 화가 남자다움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 속에서 학교폭력도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남학생들이 학교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맞는 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들의 가장 좋은 롤모델은 아빠라고만 생각했는데, 다큐멘터리에서는 14-15세의 소년들은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아닌 역할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장기 소년 곁에 멋진 남자 롤 모델이 있어야 그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른이 된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가정에서는 가 멋진 남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서 감정을 억제하고 거칠고 공격적인 남자가 아니라,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남자로 우리 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남자다운 그 남자, 당신을 이해합니다.

 

  남자로서의 해방은 여자로서의 해방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남자들이 유리큐브에 갇혀 답답해 하는 것이 여자들이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답답함을 느끼는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나는 Man box안에 갇혀 있지는 않지만, man box에서 벗어나 남자다움이 무엇인지를 나의 언어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다. 그래서 내가 쓴 이 글에도 어쩌면 기존의 남자에 대한 생각이 녹아들어가 있을 수도 있겠다. 남자인 Tony porter는 남자들에게 상자에서 벗어나라고, 벗어나면 자유로울거라고 고했지만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들의 갑옷인데 어떻게 쉽게 벗어나겠는가.

 

 상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면 감정표현의 영역만에서라도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감정 표현 능력이 남자보다 뛰어난 여자들이 남자를 이해하고 도와줘야겠지. 여자만이 그 문을 열 열쇠를 쥐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책으로, 다큐멘터리로 남자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자를 이해해달라고 애원하기보다 먼저 그를 이해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그 남자, 당신을 이해합니다.

아니, 당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언젠가 와 함께 이 글을 읽는다면 그는 이 글에 동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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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슬 2012.09.15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쨌거나 남자가 필요하다라는 책 읽으면서 남자에 대해 정말 많이 이해가 됐던거같아요. 읽고난느낌이 저랑비슷하신듯! 특히나 아빠를 이해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었고 우리 엄마가 이걸 아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많이 들더라구요..

  2. zacchaeus 2012.09.16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는 기쁠 때 헛기침을 하시고 불안할 때 너털웃음을 터뜨리신다.
    감정표현을 억압해와서 자기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말에 이 말이 생각나네요ㅋ

  3. 소나기갤때까지 2012.09.16 1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부분에서 사례를 잘 들어주셔서
    처음에 호기심을 갖고 잘 보았습니다.

    항상 전문가처럼 글을 남겨주셔서 배우고 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 ㅠ 주말이 너무 바쁘네요 ㅠㅠ

2012. 9. 8. 19:51

세상에 이런 입양이_인터넷 불법 입양

 

 


 

  돈이 오고 가는 입양을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JTBC탐사코드: 추적 인터넷 불법 입양> 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상을 보니 실제로 이땅에서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불법적인 입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믿을 수가 없어서 개인입양이라고 검색을 해보았다. 놀랍게도 지식인에서 어린 미혼모가 하루 빨리 아이를 데려가줄 입양자를 찾는 글들을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개인입양" 연관 검색어에 "신생아 거래"가 있었다. 그 연관 검색어로는 "아기 삽니다." "신생아 팝니다", "신생아 삽니다"..신생아 판매 등의 단어들이 있었다. 연관 검색어 기능은 그 단어를 검색한 사람들이 또 검색한 단어를 상위에 띄워 주는 기능인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검색을 한 것일까. 알고보니 "신생아 거래"라는 부제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있었다. 그 방송에 대해 듣고 나처럼 놀라서 검색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 믿고 싶다. 돈을 주고 받고 갓태어난 어린아이를 거래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입양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왜 생긴것일까? 대다수는 아이를 기를 능력이 없는 10대나 20대의 어린 미혼모들이 개인입양을 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아이를 기를 경제적 능력이 없고, 양육 여건이 안되어 입양을 생각했다. 입양 기관을 통한 입양은 일정 절차를 따라야 하고 입양 조건이 있다. 10대 미혼모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관을 통한 정식 입양 대신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을 찾았고, 아이를 입양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입양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이유로 인터넷으로 자신들이 기를 아이를 찾았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모든 일을 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물건을 거래하는 것도, 반려 동물을 입양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을, 자신의 자식을 인터넷을 통해서 돈을 주고 받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걸까.

 

 

<자료출처: JTBC탐사코드_추적 인터넷 불법 입양>

 

 인터넷을 통한 입양이 개인입양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경제적 능력이 안되는 미혼모라서, 부모님에게 말할 수 없어 동의를 얻을 수 없는 10대라서..등의 안타까운 이유들이 있는 개인입양을 하려는 사람들 뒤에 "입양브로커"가 존재했다. 브로커는 원하는 출산 시기, 혈액형, 성별 등을 맞춘 아이를 소개해 준다고 했고, 하루 만에 취재진이 제시한 조건의 아이를 찾아왔다. 그는 미혼모 보호 시설에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미혼모들을 소개시켜 주기 때문에 쉽게 조건에 맞는 아이를 소개시켜 줄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품처럼 아이를 골라올 수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더군다나 미혼모들을 보호해야할 곳에서 돈을 받고 브로커에게 소개를 시켜주다니 말이다.

 

 영상 중간에 불법 입양을 통해서 입양된 아이들이 향후 어떻게 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극단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노예나 성착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셨다. 저럴수가 있을까? 싶지만, 아이를 돈을 주고 주고 받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상식 밖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입양 특례법 개정안은 기존의 법안보다 절차가 복잡해지고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입양을 찾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해서 입양에 대한 법안을 절차도 간단하고 양친의 자격 요건에 대한 규정도 허술하게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입양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가족을 이루는 것이기에 양부모가 될 사람들의 양육 자격을 철저하게 따지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입양된 아이들의 아동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입양을 하려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돈을 주고 받고 아이를 거래하려는 사람들을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혼모들이 개인입양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이유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할 시설의 부족, 그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제도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애초에 기를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아이를 가진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태어난 생명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해주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불법입양,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측면에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본질적으로는 원하지 않는, 기를 수 없는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올바른 성의식을 갖도록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길 미혼모들을 위한 시설, 그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양육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불법입양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기대하기 어려운 것. 보편 윤리의 확립. 돈이면 다된다는 생각, 생명경시, 인권에 대한 생각 등. 제도적 지원과 법적 제재가 있어도 어두운 곳에서 일어날 불법입양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적, 사회적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 다른이의 자식을 자신의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숭고한 사랑. 세상에는 본래의 의미를 가진 건강한 입양이 훨씬 많을 것이다. 입양을 하는 분들을 대단하게 생각해왔고 입양에 대해 긍정적이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알게 되었다. 사회의 안전망을 벗어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입양이 근절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Posted by 꽃들에게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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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기갤때까지 2012.09.08 2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하신대로 사회의 정말 안좋은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직접 검색해서 스샷찍어주신 부분은 정말 놀랍네요. 아이를 삽니다. 아이를 팝니다 (ㅠㅠㅠ)

    구체적인 대안이 시급한데
    ㅠㅠㅠㅠ 그 대안이 빨리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오이 2012.09.08 2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질적으로 원하지 않는, 기를 수 없는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올바른 성의식을 갖도록 성교육이 이뤄져야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저도 이 불법입양 알아보면서 해결책 생각해봤지만 이건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요즘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이 아이들 지식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성교육 개선 또한 우리 사회가 서둘러 한다면 불법입양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3. 추잡 2012.09.08 2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입양이라는 대단한 두 글자가, 더 이상은 어두운 쪽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4. 2012.09.09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제목대로 세상에 이런 입양이...! ㅠㅠ아동매매가 말이나 되나요..